미국과 한국의 뜨거운 감자, 망중립성이란?
미국에서 망중립성을 포기하는 정책 개정안이 미 연방통신위원회에서 통과되어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미 연방통신위원회는 한국의 방통위에 해당하는 기관인데요. 찬성3, 반대2로 아슬아슬하게 통과되었습니다. 그런데 상당히 중요한 정책을 이렇게 한낱 위원회에서 뚝딱 통과시키는 게 좀 이해가 안되긴합니다. 국회에서 처리해야할 문제인 것 같은데 말이죠.
어쨌건, 망중립성이 무엇인지 먼저 알아봐야겠습니다. 망중립성이란 쉽게 말해 요금제에 따라 차별받지 않고 인터넷망을 사용할 권리를 뜻합니다. 스마트폰에서 3G를 사용하는 고객은 비싼 3G요금제를 쓰든 싼 3G요금제를 쓰든 동일한 인터넷 속도를 제공받아야 한다는 내용이죠. 집에서 쓰는 유선 인터넷, 그리고 4G에도 당연히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같은 회선을 쓰면 같은 속도를 누리게 하라는 원칙이죠. 이는 인터넷 통신망을 공공재로 바라보는 관점입니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이러한 망중립성이 아니꼽습니다. 자기들 통신망을 사용하는 이들에게 더 돈을 받고 싶은게 통신사들의 인지상정이겠지요. 특히 개인이 아니라 대형 인터넷 사업자들이 자신들의 인터넷망을 쓰면서 비사업자인 개인들과 똑같이 인터넷 비용을 지불하는 것에 대해 강한 반발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네이버나 페이스북 같은 대형 포털, SNS 기업들의 회원수가 폭증하면 트래픽이 증가합니다. 그러면 자연히 인터넷망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이 때문에 인터넷 통신사들은 인터넷 망을 확충하는 등의 비용이 발생하게 되죠. 이렇게 많은 비용이 발생하게 하는 대형 인터넷 기업들에게만큼은 더 돈을 받아내야겠다는 것이 미국 통신사들의 입장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입장이 미 연방통신위원회에서 관철된 것이구요.
이번에 통과된 망중립성 개정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돈을 더 내는 사람에게는 더 빠른 인터넷 속도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한 것이었습니다.
넷플릭스, 페이스북, 아마존 등의 미국 대형 인터넷 사업자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당장 고객들에게 더 빠른 웹 접근성을 보장해야 할 인터넷 기업들이기 때문에, 그들은 이 망중립성 후퇴안으로 인해 막대한 통신비용이 추가로 발생해야 할 처지가 되었으니까요.
좀 더 심각한 문제는 이제 막 기지개를 펴기 시작한 스타트업 기업들에게 발생합니다. 대형 인터넷 기업들은 짜증내면서 통신비용을 지불하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신생 스타트업 인터넷 기업들에게는 그러한 추가 통신비용을 지불할 여력이 없습니다. 만약 추가적인 통신비를 지불하지 않으면 스타트업기업들은 소비자들에게 느린 속도의 웹 접근성을 제공할 수밖에 없고, 이러면 소비자의 외면을 받아 사업 성공 가능성이 희박해집니다. 결국 미국 인터넷 업계의 빈익빈 부익부현상을 고착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죠.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망중립성이 지켜지고 있지만, 미국의 이번 결정으로 적잖이 영향을 받을 것 같습니다. 이미 망중립성에 대한 논쟁은 카카오톡의 보이스톡으로 인해 있었죠. 보이스톡은 인터넷 망을 사용하는 무료 음성 통화 서비스인데, 이것을 출시하자 한국 이통사들은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보이스톡으로 인해 무선 인터넷 데이터는 폭주하는 반면, 카카오톡 측이 아무런 추가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건 명백히 무임승차라는 논리였죠.
하지만 카카오측은 이통사들의 이런 논리는 망중립성을 어긴 것이자 동시에 이중부과라며 대립각을 세웠습니다. 이미 무선 인터넷 데이터비용을 소비자들이 지불하고 있고, 그 지불한 것 덕에 무선 인터넷으로 보이스톡을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통신망에 대한 비용은 이미 정당하게 지불되었다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카오측에 추가 비용 지불을 요구하는 것은 명백한 이중과금이라는 게 카카오측의 주장이었습니다.
또 2012년에는 KT가 삼성전자의 스마트TV의 앱 때문에 데이터 트래픽이 과도해진다며 한 때 스마트 TV의 인터넷 접속을 막았고 두 회사는 소송 직전까지 갔습니다.
여러분들의 망중립성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