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브라더 페이스북의 감정전이 실험 결과 해석의 오류
페이스북 코어데이터과학팀 소속 연구원 아담 크레이머가 캘리포니아대와 코넬대 소속 연구원 2명과 함께 2012년 1월 69만명의 페이스북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몰래 심리 실험을 한 것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실험의 내용은 감정 전이이다. 감정 전이란 타인의 감정이 자신에게 옮겨오는 현상을 말한다. 가까운 사람이 슬퍼하면 괜시리 나도 슬퍼지는, 그러한 현상인데, 페이스북은 감정전이가 SNS 상에서도 발생하는지를 알아보려 이러한 실험을 한 것이다.
실험은 간단했다. 페이스북은 실험군 69만명의 뉴스피드를 조작했다.
뉴스피드에 긍정적인 게시물을 더 올리면서, 혹은 부정적인 게시물을 더 올리면서 사용자의 뉴스피드 반응을 살폈다. 그러자 페이스북에서도 감정전이 현상이 나타난다는 실험결과가 나왔다.
긍정적인 게시물이 줄면 사용자는 긍정적 반응을 줄이고, 부정적인 게시물이 줄면 긍정적 게시물을 더 올렸다. 즉, 타인의 뉴스피드 분위기에 따라 자신의 감정 반응도 동기화 되어 뉴스피드에 반영했다는 것이다.
즉 이번 실험 결과를 두고, 페이스북 연구팀은 뉴스피드에 올리는 게시물을 통해 감정전이 현상이 SNS 상에서도 일어난다고 해석했다.
페이스북 사용자 몰래 실시한 실험의 비윤리성은 차치하더라도, 이 실험 자체는 SNS 상에서의 감정 전이 현상을 확정짓기에는 기술적으로도 문제가 있다.
우선 게시물을 올리는 것은 얼마든지 자신의 감정과 상반되는 내용으로 할 수 있다. 뉴스피드는지인들이 자신을 주시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감정을 상당부분 필터링 하여 제시하기 마련이다.
이를테면 페북 친구가 좋은 곳에 취업이 되었다고 하자. 취업이 안되는 사용자 입장에서는 매우 배아프고 감정적으로 우울해질 수 있다. 또 예쁜 여자와 결혼한 친구의 웨딩 사진 게시물을 보며 시기심에 불타 역시나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일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노출시키지 않는다. 취업이 배아프고 결혼이 질투나지만, 친구의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러주고 댓글로 축하의 메시지를 보내기 마련이다. 그리고 자신의 뉴스피드란에 부정적인 이야기를 쓰기보단 긍정적인 게시물을 올린다. 괜히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속좁은 인간이란 추론을 가능케 할 만한 게시물을 올릴 이유가 없는 것이다.
반대로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이 해고되거나, 자신이 좋아하던 여자와 사귀던 친구가 헤어졌고, 그것이 페북 뉴스피드에 보인다고 하자. 그걸 본 사용자는 긍정적 감정에 휩싸인다. 통쾌하다, 내지는 나에게도 기회가 오겠구나 하는. 하지만 그걸 뉴스피드에 드러내는 사람은 소시오패스가 아닌 이상 없다.
이렇듯 타인의 긍정적 게시물에 부정적 감정이 유발되더라도, 혹은 타인의 부정적 게시물에 긍정적 감정이 유발되더라도, 그것이 곧바로 부정적 혹은 긍정적 게시물을 게시하는 행위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외려 타인의 감정에 맞춰주는 적절한 사회적 제스쳐를 내포한 게시물을 올리기 마련이다. 전술했듯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사회적 관계의 유지를 위해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타인 앞에서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약 SNS 상에서의 감정 전이 현상을 연구하려면, 부정적 뉴스피드 게시물을 보여줄 때 사용자의 뇌파에서 발생하는 현상을 측정하는 방식이 되어야한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은 69만명의 뉴스피드를 조작하는 유치하고 빅브라더스러운 꼼수로는 결코 달성될 수 없는 수준의 실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