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을 위해 태어난 단통법(단말기유통개선법)이란? - 단통법 전격해부
법안 원본은 첨부파일로 걸어두었습니다.
작년 2013년 5월 27일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 외 9명이 발의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안(단말기유통개선법), 일명 단통법이 오늘(2일) 국회본회의를 통과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습니다. 이 법이 통과되면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는데요. 법안은 여러가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제조사에 관한 규제, 이통사에 관한 규제, 대리점 및 판매점에 관한 규제로 크게 나눠볼 수 있는데요. 소비자들에게 밀접한 관련이 있는 규제는 이통사와 대리점,판매점에 관한 규제입니다. 제조사에 관한 규제는 제조원가 공개 등으로 장기적으로 휴대폰 가격이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이 있기도 하지만, 당장 피부에 와닿는 사안은 아니구요. 게다가 제조사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해외 제조사(애플)는 제조원가를 공개할 의무가 없어 형평성 논란까지 일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이번 포스팅에서는 일단 이통사, 대리점, 판매점에 관한 이번 법안의 규제와 그것이 우리 소비자들의 스마트폰 구매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사실 이번 단통법의 취지 자체가 시장에서 천차만별인 보조금과 그로 인한 소비자들의 혼란 및 시장질서의 문란을 바로잡고자 함입니다. 이 법안의 취지에도 보조금 얘기가 가득합니다. 즉 이 땅의 보조금을 바로잡겠다는 사명감으로 태아난 법안이 바로 이 단통법이라 할 수 있지요. 그래서 더더욱 이 보조금과 관련한 조항들을 집중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의미가 있습니다. 이 법안은 총 21조까지 있는 법안인데, 그 중 자세히 들여다 볼 것은 3,4,5,7조입니다.
우선 들어가기 전에, 이 법안은 보조금을 두 가지의 개념으로 나눠 설명하고 있습니다. “지원금”과 “장려금”인데요.
이 법안에서 정의하는 "지원금"이란 휴대폰 구매자(이용자, 소비자)에게 대리점, 판매점이 지급하는 단말기 할인 혜택을 말합니다. 요금 할인이 아니라 기계값, 즉 단말기 값 할인을 말합니다. 여기에는 통상적 할인, 현금지급, 가입비 보조 등 일체의 단말기 관련 혜택이 포괄됩니다.
반면 “장려금”은 제조사(삼성,LG 등의 휴대폰 제조업체)나 이통사(skt,kt,유플러스)가 판매점 및 대리점에게 휴대폰 판매와 관련해 제공하는 이익을 말합니다.
그럼 우리가 흔히 말하는 보조금, 즉 기계값 할인은 어디에 속할까요? ‘지원금’이 곧 우리가 말하는 보조금입니다. 이용자에게 제공되는 기계값 할인이 지원금이니까요. 하지만 이 지원금, 보조금은 장려금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대리점, 판매점이 휴대폰 판매 때마다 제조사나 이통사로부터 얻는 장려금에서 얼마를 떼어서 소비자에게 단말기 할인액으로 혜택을 주기도 하거든요. 즉 자신들이 받은 장려금을 소비자들의 지원금, 보조금에 보태는 구조가 되는 것이죠. 그래서 보조금이 대리점, 판매점마다 조금씩 다른 것입니다.
자, 용어설명은 이정도로 하고, 법안을 살펴볼게요.
먼저 3조의 내용입니다. 3조는 “보조금(지원금) 지급 차별 금지”라고 요약될 수 있는 법안입니다. 즉, 이동통신사업자, 대리점 또는 판매점이 이용자의 가입유형(번호이동, 기기변경 등), 요금제, 거주지역 등의 사유로 보조금을 차별적으로 지급할 수 없다는 내용인데요. 보조금이란 기계값(휴대폰 단말기)할인 금액을 의미합니다.
이제까지는 단말기 보조금의 차별적 지급이 이뤄져 왔습니다. 그러니까 같은 대리점, 판매점을 방문하더라도, 판매자가 고객의 상태를 봐서 자기 마음대로 보조금을 책정해 뿌려왔던거죠. 고객이 “할부원금이 어떻게 되죠?”하는 식으로 묻는 등 꽤나 휴대폰 요금에 대한 상식이 많다고 느껴지면 곧바로 출고가에서 제해야 할 보조금을 제시하여 단말기 할인을 해주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특히 휴대폰 요금체계에 무감한 중장년층이 오면 보조금 한 푼 안풀고 요금제 약정할인을 마치 기계값 할인인 것마냥 속이는 일이 비일비재 했죠. 이렇게 기계값 보조금 한 푼 못받고 휴대폰을 출고가 그대로 사는 후자를 호갱이라고 불러왔구요.
또 설령 보조금에 대해 빠삭하게 아는 고객이 오더라도, 가격이 높은 요금제를 택하는 고객에게는 단말기 보조금을 더 주고, 낮은 요금제를 택하는 고객에게는 보조금을 덜 주는 일이 지금껏 있어왔지요.
이렇듯 한 대리점, 한 판매점에서 이루어지는 보조금 차별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것이 이번 단통법 3조가 천명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아무리 어리숙해보이는 고객이 오더라도, 또 고객이 저가 요금제를 택하더라도, 적어도 그 대리점, 그 판매점에서의 같은 기종에 대한 단말기 보조금은 동일해야한다는 것이죠. 만약 이를 어겼을 경우에는 단통법 21조의 과태료 조항에 따라 대리점, 판매점 사업자의 임원은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됩니다. 이러한 보조금 차별 지급 건을 증거 잡아 신고하면 그 판매자는 상당한 법적 제재를 당하게 되는 것이죠.
두번째로 분석해볼 조항은 4조입니다. 이 4조는 “보조금 공시 의무”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위에서 보조금을 차별지급하지 말라는 3조를 살펴보았는데요. 그런데 각 단말기 기종별로 공식 보조금이 얼마인지를 알아야 보조금 지급 차별여부를 소비자들이 알 수 있겠죠? 그래서 보조금(지원금)을 소비자들이 알기 쉽게끔 공시하라는 내용이 4조의 법안입니다. 4조에는요 “이통사, 대리점, 판매점이 지원금(보조금)의 지급 요건 및 내용에 대해 이용자가 <알기 쉽게> 공시하며 공시한 내용과 다르게 지급하지 못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특히 이용자가 ‘알기 쉽게’공시하라고 못박아둠으로써 대리점 구석에 보조금 내용을 명시하는 등의 꼼수를 차단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알기쉽게’라는 문구가 추상적이긴해서 실제 법집행시 적용이 애매할까 걱정이긴 합니다만, 여하간 법안의 취지는 아주 좋습니다.
그리고 덧붙여서 4조에서는 대리점, 판매점이 이통사가 공시한 보조금의 15%범위 내에서 보조금을 추가 지급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달아놓았습니다. 대리점, 판매점 각각의 판촉활동을 위한 자율성을 준 법안인거죠. 일테면 갤럭시s5의 보조금을 KT가 20만원으로 홈페이지에 공시했을 때, A 대리점은 그냥 자기들도 똑같이 20만원의 보조금을 소비자에게 지급하지만, B 대리점은 23만원을 지급할 수도 있다는거죠. 즉, 대리점, 판매점 별로는 보조금이 차별적으로 집행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15%범위 안에서요. 다만 3조의 내용에 따라 각 대리점, 각 판매점 내부에서는 고객에게 일괄적으로 차별없이 자기들이 정하고 공시한 보조금을 집행해야 하는것이구요. 이걸 대리점이나 판매점이 지키지 않으면? 역시 과태료조항 21조에 의해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먹습니다.
5조의 내용은 “보조금 지급을 조건으로 요금제, 부가서비스 사용의무 부과 금지”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즉, B대리점이 A대리점보다 보조금을 3만원 더 지급하는대신, 고객에게 ‘쇼핑모아’제휴 서비스를 3개월만 이용하는 조건을 붙이는 식의 끼워팔기가 금지된다는 것이죠. 3개월만 제휴서비스 이용하시고 해지하시면 돼요~하는 상술에 많이들 당해보셨잖습니까? 사실 3개월 후에 칼같이 제휴서비스 해지하는 고객이 얼마나 될까요. 저도 3개월 제휴 잊고 있다가 4개월째도 제휴 서비스 요금 나오고나서야 부랴부랴 제휴서비스 해지한 기억이 몇번 있습니다. 여하간 이런 제휴 서비스, 부가서비스 끼워팔기를 막겠다는 것이 법의 취지입니다. 이런 법을 대리점이나 판매점이 지키지 않고 보조금 지급을 빌미로 서비스 가입을 강제한다면? 역시 21조 과태료 조항에 의해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맛있게 먹습니다.
7조의 내용은 “요금할인액을 기계값 할인으로 둔갑시키는 상술 금지”입니다. 우리가 핸드폰을 사고 통신사에 가입할 때 내는 비용은 정확하게 두 개로 나뉩니다. 기계 구입비용(단말기값)과 요금제 비용이죠. 그리고 각각의 할인을 보조금(기계값 할인)과 약정할인(통신비 할인)이라고 합니다. 명확히 구분되는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대리점과 판매점에서는 호갱들을 대상으로 요금제 약정할인을 마치 기계값 할인인양 둔갑시켜서 보조금 한 푼 지급안하면서 휴대폰을 출고가에 팔아제꼈죠. 그런데 이번 7조에서는 ① 이동통신사업자는 이동통신단말장치 구입 비용이 이동통신서비스 이용요금과 혼동되지 아니하도록 명확하게 구분 표기하여 고지 및 청구하여야 한다.
② 이동통신사업자, 대리점 또는 판매점은 이용약관에 따라 서비스 약정 시 적용되는 요금할인액을 지원금으로 설명하거나 표시ㆍ광고하여 이용자로 하여금 이동통신단말장치 구입 비용을 오인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라고 명시적으로 써놓았습니다.
이러한 내용을 어기면 역시 고마운 과태료 조항 21조에 따라 판매점이나 대리점은 천만원의 과태료를 받습니다.
일단 이렇게 단통법에서 보조금과 관련된 핵심 조항들을 살펴보았습니다. 꽤 긴 포스팅이었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법안이 통과됨으로써 소비자들이 더 이상 호갱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