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비즈니스 시사 리뷰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인데도 내가 가난한 3가지 이유

올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달러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LG경제연구원은 올해 평균 환율을 달러당 1030원, 성장률을 3.9%로 가정하고 산출했더니 1인당 소득이 2만9250달러로 나타났다고 분석했구요. 심지어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3만달러를 넘어설 수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3만달러에 육박하는 소득 증가, 그런데 왜 우린 가난할까요? 

그 이유는 다음의 3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1. 1인당 국민소득은 평균치일 뿐


1인당 국민총소득은 평균치입니다. 다시말해 국민총소득을 인구수로 나눈 수치라는 것이죠. 따라서 여기에는 실질적인 부의 분배 상황은 나와있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보자면요. 두 명이 있는데, 한 명은 10원을 갖고 있고 다른 한 명은 90원을 갖고 있다고 치면, 총 소득은 100원입니다. 그러나 평균 소득은 100/2=50원이죠. 반면 한 명은 40원을 갖고 있고 다른 한 명은 60원을 갖고 있어도 총 소득은 100원이고 평균소득은 50원입니다. 부의 분배상태는 상이하지만 이처럼 기계적인 산술평균으로 구하면 평균소득은 동일해지는 착시효과가 나타납니다. 내가 만약 90원을 가진 측이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우리 대부분은 10원을 가지 측에 속합니다. 그러니 평균 소득이 올라가도 내 소득은 동일한 정도로 상승하지 않는 것이죠. 다시말해 1인당 국민총소득이라는 '평균치'는 개개인이 분배받은 부의 크기와는 큰 관련이 없습니다.


2. 환율효과


1인당 국민총소득의 단위는 원화가 아닌 달러입니다. 3만'달러' 진입이라고들 말하니까요. 그렇다면 우리가 한국에서 벌어들인 소득을 달러로 환산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데요. 우선 <달러 x 환율 = 원화>입니다. 그런데 국민소득은 달러로 계산되죠. 그럼 달러를 좌변에 두고 환율을 우변으로 넘기겠습니다. 


달러 = 원화/환율


여기서 달러가 높아지려면 원화가 높아지든가, 분모의 환율이 낮아지든가 해야합니다. 국민소득의 환율효과란 것은 바로 분모인 환율이 떨어지는 것을 뜻합니다. 그런데 올해는 환율이 떨어지는 해입니다. 1년 전 환율인 1,100원대에서 현재 1,040원대까지 떨어졌습니다. 앞으로도 저환율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게 경제연구소의 설명이고, 따라서 이러한 저환율로 인해 달러로 계산되는 국민총소득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분자인 '원화'부분이 바로 우리가 직접 벌어들이는 소득인데, 이 소득은 크게 증가함 없이 환율만 낮아져 달러가 높아지는 것이니, 생산성의 향상과 국민총소득의 상승과는 실질적 관련이 없어지는 것이죠.  



3. 가계소득과의 괴리


국민총소득은 크게 세 부분으로 이루어집니다. 기업소득, 정부소득, 가계소득이 그것인데요. 문제는 이 세 개 중 두개 부분인 정부와 기업 소득에 비해,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가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현저히 낮다는 것입니다. 가계총소득을 PGDI라고 하는데요. 이 1인당  PGDI가 약 1만5000달러로 3만달러에 육박할 것이라는 1인당 국민총소득에 절반 수준정도밖에 안됩니다. 즉, 3만달러로 성장하는 와중에 기업과 정부의 소득 성장이 결정적 역할을 했고, 가계 소득의 증가는 미미했다는 것이죠. 


이러한 1인당 PGDI 비중은 2012년 기준으로 OECD 21개 국가 중 16위라고 합니다. 18위에서 21위가 복지국가인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 네덜란드라는 것을 감안하면, 17위 에스토니아를 제외하면 한국이 사실상 최하위라는 것이죠. 복지국가들은 형식적으로는 가계소득이 적더라도 국가로부터 받는 사회소득이 크기 때문에 - 이를테면 교육비, 의료비, 교통비 등이 국가로부터 나오니까 - 실질적인 소득은 높습니다. 또한 우리나라의 가계소득 증가율도 기업소득의 증가에 비해 크게 낮다고 하네요.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업의 가처분 소득은 최근 5년간 80.4%가 는 반면에, 가계 소득은 같은 기간 동안 26.5%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가계 소득과 기업 소득의 격차는 점점 심해지는 것이죠. 기업에는 현금이 쌓이지만, 가계 곳간은 비어가는 게 다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이것의 실체는 기업과 가계의 소득격차와 그로 인한 가계 경제의 빈곤이 함의되어 있습니다. 3만달러는 결코 우리 스스로의 가난을 해결해 주지 못할 공염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