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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이전 에세이

[2011년]헤파이스토스를 위하여

 

헤파이스토스는 올림포스 신이었지만 외모가 못났다. 절름발이였는데, 어린시절 부모인 제우스와 헤라가 싸울 때 엄마 역성을 들다가 화가 난 제우스에 의해 올림포스 밖으로 던져져 하루 종일 날아가다 렘노스 섬에 떨어지면서 그런 장애를 갖게 되었다고 한다. 태어날 때부터 절름발이였다는 설도 있다. 나는 전자를 택하여 이야기를 진행하겠다.

 

헤파이스토스를 엮어내는 단어는 장애와 재능이다. 그의 신체적 장애는 그를 둘러싼 가정환경의 구조적 장애, 즉 불화로부터 기인하였다. 제우스의 바람기와 헤라의 불붙는 질투가 격돌하는 가정은 어린 헤파이스토스에게 안정과 사랑의 공간 이전에 투쟁과 공포로 에워싸인 곳이었을 게다. 급기야 부부싸움의 유탄에 맞아 불구적 신체를 갖게 된 그. 똑같은 가정환경에서 자란 아레스가 어린시절의 불안과 공포의 기억을 살육과 피의 전쟁에 투사하며 거친 전쟁의 신이 되었던 반면에, 헤파이스토스는 자기 몸에 새겨진 불구덩이 같았던 가정에서의 폭력과 고독의 흔적들을, 타오르는 창조의 용광로 속에 녹여내는 대장간의 장인이 되었다. 물론 아레스에게 없는 재능을 헤파이스토스가 부여받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되겠다. 환경이라는 정신 바깥의 구조뿐 아니라, 각자의 내면에 선험적으로 틀지워진 재능의 구조 또한 강력한 규정력을 발휘하는 존재의 외부이다.

 

불구에게서 나오는 재능.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혐오와 매력의 모순적 발산이다. 헤파이스토스가 만들어내는 탁월한 도구와 작품들은 올림포스 신들에게 선망과 욕망의 대상이지만, 그의 불구적 신체와 잇닿아 있는 탈구된 존재성은 주위와의 이격을 증폭시키는 원심력으로 작용한다. 아프로디테와 헤파이스토스의 관계가 그것을 잘 보여준다. 올림포스 신들 중 가장 아름다운 아프로디테와 결혼을 하게 되지만, 곧 아프로디테는 아레스와 눈이 맞아 불륜을 저지른다. 불륜은 아프로디테의 속성이려니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치명적 결함을 가진 이에게 그것은 자기 장애를 상기시키는 심리적 환기물이 된다. 재능이 가진 인력과 불구성이 산출하는 척력의 긴장관계는 종종, 아니 대부분 띵 하고 끊어지는 소리와 함께 소외를 결과한다. 따라서 그의 고독은 심화되고, 그러나 심화된 고독만큼 창조의 열정도 상승한다. 결국 불구와 재능은 전면적 대립관계에서 정태적으로 영원히 대치하는 것이 아니라, 변증법적 대립 속에서 통합 및 고양의 과정으로 편입되어, 헤파이스토스의 존재를 영원히 형성해 가는 것이다.

 

하지만 피로하지 않았을까. 아마 소외와 환대의 기묘한 뒤얽힘이 만들어내는 이중주에 맞추어 춤추는 것의 괴로움을 느꼈을 것이다. 그럼에도 왜 그는 올림포스를 벗어나지 못했는가. 자신이 만든 쐐기로 세계의 동쪽 끝 코카서스 산맥 높은 곳에 결박해놓은 프로메테우스처럼 그도 스스로를 올림포스 산에 묶어버렸던 것인가. 어쩌면 탈주의 모색을 하기에 헤파이스토스가 가진 연장과 대장간은 너무 무거울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