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의 와병, 2분기 어닝쇼크, 중국과 인도에서 현지업체로부터 1위 자리 수성 실패. 요즘 삼성전자의 상황이다. 스마트폰 시장은 포화상태이고, 스티브 잡스 사후에도 굳건한 애플과, 저가이면서도 고품질인 제품을 들고 나오는 중국 업체로 인해 삼성전자는 넛크래커에 처해있다. 이제껏 넛크래커 담론을 수반한 삼성 위기론은 실제적 위기담론이라기보다 조직 내부 단속과 이노베이션 스피릿 강조를 위한 회사 가훈의 성격이 짙었다. 그러나 이번엔 그 위기론이 육체를 입고 현실세계에 대두하는 형세다. 심상치 않다.
과연 삼성은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우선 샤오미의 추격을 삼성이 따돌릴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알아보자. 필자는 삼성전자가 샤오미에게 중국 시장 주도권 뿐 아니라, 향후 글로벌 마켓 중원을 놓고 다투는 싸움에서 굴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삼성의 소프트웨어 경쟁력 부재 – ‘MIUI(샤오미 OS)’ RISE, ‘타이젠(삼성 OS)’ FALL
샤오미를 흔히 하드웨어 제조업체로만 알고있다. 중국 시장의 저렴한 원가에 기반해 저가 공세로 선진국 제품을 밀어내는 전형적인 개발도상국 기업의 전략이 시장에서 먹힌 것으로 인식하기 쉽다. 이런 측면이 있긴 하지만 이것만으로 샤오미의 약진을 온전히 설명하기는 부족하다.
샤오미의 창업주 레위진은 원래 진산이라는 소프트웨어 업체 사장 출신이다. 1992년에 진산에 입사하여 6년만에 사장이 된다. 그후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출신의 기술진들을 영입해 2010년, 샤오미를 설립한다. 반도체, 스마트폰, 가전제품 등 하드웨어 제조에 기반해 성장한 삼성의 DNA와는 태생적으로 다르다.
이런 태생답게 샤오미는 자체 스마트폰 OS인 MIUI(애플의 iOS나 구글의 안드로이드 같은 OS)를 자사의 스마트폰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고 앱 생태계를 꾸려가고 있다. 샤오미가 스마트폰을 제조하면서 동시에 OS 플랫폼, 앱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애플과 유사하다. 하드웨어 디바이스, 소프트웨어 운영체제, 앱 가상 생태계를 수직 통합하고 있기 때문에, 샤오미는 중국의 애플이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다. 처음에 이 별명은 카피캣 샤오미에 대한 비아냥거림이었지만 이제는 애플에 대적할만한 신생업체라는 찬사로 바뀌었다.
반면에 삼성전자는 디바이스 하나만 가지고 있다. 자사 스마트폰에 장착할 자체 OS인 바다와 타이젠을 연달아 내놓았지만 처참하게 실패하고 말았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 자료를 보면, 2014년 타이젠 점유율은 0.34%로 전망된다. 2017년이 되어도 타이젠의 점유율은 2.9%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된다. 연1천명, 연 1000억의 예산이 투입된 것 치고는 초라하기 짝이 없는 성적표다.
이런 실패에 위축된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안드로이드형 앱을 타이젠에서 실행할 수 있도록 정책을 바꿨다. 앱 생태계 조성에 어려움을 겪는 타이젠이 안드로이드 앱 생태계를 활용하겠다는 포석이었지만, 이런 움직임은 안드로이드 앱 생태계에 타이젠이 종속되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안드로이드 앱이 구동되는 타이젠인데, 누가 굳이 타이젠 전용 앱을 개발하겠는가? 급기야 삼성은 지난 7월 타이젠을 최초로 탑재한 삼성Z 스마트폰의 출시를 연기하기에 이르렀다.
그럼 왜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샤오미와 삼성의 희비를 가르는 준거점이 될까? 우선 하드웨어 기술력은 비슷한 수준으로 수렴하고 있다. 기술력이 거의 같아졌기 때문에, 이제 웬만한 하드웨어 기술력으로는 소비자가 편익의 차이를 느끼기 어렵게 되었다. 그래서 소비자의 선택에는 2가지만 남는다. 브랜드냐, 혹은 싼 것이냐.[1]
그러나 소프트웨어는 인터페이스의 차이가 소비자의 편익 인식 차이에 결정적으로 기여한다. 어떤 인터페이스(iOS냐 안드로이드냐, 크롬이냐 익스플로러냐)인지에 따라 소비자 편익의 변동성은 상당하다. 그래서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면 시장에서 상당한 독점력이 생기고 이는 안정적인 수익창출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또한 자사의 OS가 마련하는 앱 생태계는 플랫폼 사업자로 발돋움하게 해준다. 스마트폰의 플랫폼 사업자는 앱 스토어의 수수료 등으로 고부가가치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이러한 수익창구가 샤오미에게는 있고, 삼성에게는 없다.
타이젠의 실패가 기정사실화되자 삼성은 2013년 하반기에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4.6인치, 5.8인치, 6.3인치 디스플레이의 중저가 스마트폰 라인업을 확충함으로써 중국, 인도 스마트폰 업체로부터 시장 점유율 수성을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결과는 전술했듯이 실패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자사의 핵심역량을 포기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시장 점유율 확장에 집착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하드웨어 핵심역량은 부품 표준화와 제조 자동화이다. 애플이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새 제품을 출시하는데 8개월 이상 걸리는데 반해, 삼성전자는 한 모델을 개발해서 출시하는데 3개월밖에 걸리지 않는다. 부품 수직계열화와 제조 자동화를 바탕으로 개발부터 생산까지 가장 빠른 리드타임을 구축한 덕분이다.
하지만 제조 모델수가 많아지면, 부품 표준화와 제조 자동화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규모의 경제 효과는 커녕 손해가 더 크다. 여러 모델을 자동화 라인에 올리면 수율이 떨어지고 비용만 올라갈 뿐이다. 이는 삼성전자뿐 아니라 협력사 수익성도 악화시킨다. 협력사는 여러 종류 부품을 만들면 생산성이 떨어져 수익성이 나빠진다. 삼성전자도 협력사에 판가인하 압력을 높이기 어려워진다. 결국 삼성전자 스마트폰 가격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 저가 공세에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하나 없어지는 셈이다.[2]
삼성은 샤오미가 가진 OS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부재한다. 삼성은 샤오미가 가진 저가 스마트폰 가격 경쟁력을 상당부분 잃었다. 샤오미의 승리가 얼개를 그려가는 이유이다.
[1] 2030 대담한 미래 97p
[2] http://www.etnews.com/201307010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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