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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이전 에세이

[2012년]리부트 된 추억. 배트맨 포에버, 그리고 다크나이트 라이즈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영화관에 갔던 게 95년도이다. 어떻게 이걸 기억하냐구? 그 때 영화관에서 본 영화가 <배트맨 포에버>였는데, 찾아보니 95년도 것이더라. 어릴 때 엄마 손잡고 잘 따라다니던 곳이 애경백화점이었다. 거기서 정기적으로 소프트 아이스크림 사먹는 게 내 삶에 안정감과 행복감을 주는 일종의 의식(ritual)이었던듯 하다.

 

 

그러던 어느날 텔레비전 만화로만 보던 배트맨이 애경백화점의 한쪽 면을 가득 메운 커다란 포스터에 실사로 박혀있는 게 눈에 띄었고, 엄마를 졸라 저 영화를 보자고 했다. 그래서 즉흥적으로 영화를 보게 되었지. 처음 가보는 영화관은 일단 너무 어두웠다.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엄청난 크기의 사운드였다. 배트카가 뒷꽁무니에서 불을 뿜으며 질주를 하는데 그 소리에 귀가 터질것 같았다. 영화관 괜히 왔다 싶었다. 소리에 압도되었고, 맨인블랙의 할아버지 주인공 토미 리 존스가 지금보단 젊었던 시절, 무서운 분장을 하고서 악당 투페이스 하비 덴트로 나왔을 땐 무지 무서웠다.

 

 

 

이게 액션영화인지 호러물인지 어린 나에겐 분간이 안갔다. 그러다 차츰 영화관 사운드에 익숙해졌고 문화충격을 문화쾌감으로 전환시키는 적응 과정을 거치면서 끝까지 잘 봤다. 물론 95년 당시 8살에 한글을 겨우 깨쳤던 관계로 자막 속도를 따라가는 데 약간의 애로사항이 있었지만 그게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키진 못했다.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 때의 웅장한 사운드, 시원한 에어컨 바람, 조그만 텔레비전에선 볼 수 없었던 스크린 속 명장면들을 아주 또렷이 기억한다.

 

 

 

8살 꼬마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해준 배트맨이 다음주에 돌아온다. 베인으로 상징되는 시대의 악과 대결하기 위해, 다크나이트의 전설을 끝내기 위해, 상처입고 지친 영혼과 육체를 끌고 돌아온다. 배트맨을 영화관에서 다시 보는 것이, 지금의 날 있게 한 17년 전의 8살 꼬마에 대한 예의이리라 생각한다. 배트맨만 리부트 되는 게 아니다. 내 추억 속에 잠자던 행복과 판타지 또한 리부트된다.

 

전설의 귀환과 끝. 이젠 도시의 민담이 되어 수없이 변주되는 영웅의 마지막 비가에 내 눈물을 흘릴 준비가 되어 있다.

 

 

95년작 배트맨 포에버. 8살 꼬마에게 시청각적 충격을 줬던 영화.

 

불을 뿜으며 질주하는 배트카

 

맨인블랙에 꾸준히 등장하시는 원로배우 토미 리 존스의 17년 전 모습. 투페이스 하비 덴트 역

 

여주인공은 톰 크루즈의 엑스 와이프 니콜 키드먼

 

 

 

전설의 귀환과 끝. 이젠 도시의 민담이 되어 수없이 변주되는 영웅의 마지막 비가.

 

톰 하디의 베인. 히스레저의 조커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여주인공 캣우먼에는 악마의 프라다를 즐겨 입는 앤 해서웨이. 캣우먼의 타이트한 복장이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는 주위의 우려가 있었다고...영화 보면 알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