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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체면 제대로 구긴 충무로 – 상반기 한국 영화 시장 결산

2014년 상반기 한국영화의 흥행 성적은 매우 저조했다. 2009년 이후 역대 최저 관객을 동원하며 체면을 구겼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상반기 한국 영화 시장 결산에 따르면, 상반기 전체극장 관객수는 9.651만명에 매출액 7,418억을 기록했다. 그 중 관객 점유율은 한국영화가 43%, 외국영화가 57%였다.



1.     전체 관객수는 Down, 외국영화 관객수는 UP!

 


2014년 상반기 전체극장 관객수는 지난해 상반기 대비 200만명이 감소했다. 그러나 외국영화 관객수는 전년 동기 대비 1,203만명(28%증가증가한 5,497만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한국영화 관객수는 1,403만명(25.2%감소)이 감소한 4,154만 명이었다.

 

이러한 외화 흥행세를 이끈 주역들은, 애니메이션으로는 최초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겨울왕국>, 탄탄한 원작 코믹스 팬층을 거느린 히어로물들인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어메이증 스파이더맨2>, <캡틴아메리카 윈터솔져>, 톰 크루즈의 블록버스터 <엣지 오브 투모로우>이다.

 

2.     한국 영화 점유율, 상고하저>


1~2 : <변호인>의 천만 돌파와 <수상한 그녀>의 선전으로 50%대 점유율 기록하며 시장 선점

3 : 미국대장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져>의 극장가 장악 및 흥행작 부재로 26.2%  점유율 기록

4 : 거미인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의 거미줄에 묶인 한국영화, 21.9% 점유율로 주저앉다

5 : <역린>,<표적>,<인간중독>,<끝까지 간다> 4중주 연합군으로 잠시 49.2% 반등

6 : 한국형 느와르 영화의 잇따른 망작 러쉬로 점유율 28.0%로 곤두박질.

<아저씨>의 영광을 재현하려던 <우는남자> <태극기 휘날리며>의 성공에 안일하게 무임승차 하려다 쫓겨난 <마이웨이>의 전철을 밟았다.

<황제를 위하여> <이태임을 위하여>라는 비아냥 속에서 작품성과 오락성 모두 낙제점을 받았다. 배드신도 <인간중독>에 비해 농밀함이 떨어진다는 혹평을 들으며 첫 노출연기를 보인 이태임의 커리어에 오점을 남겼다.


3.     탄탄한 원작 기반 미국 영화의 공고한 무비버스(Movieverse)에 속수무책인 충무로

 


할리우드의 토양과 충무로의 토양 사이의 질적 간극이 이토록 명시적으로 드러난 시기도 또 없을 것이다. 할리우드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혹은 타국의 원작들을 끊임없이 흡수하며 스크린에 옮기는데 분주하다.


 


마르지 않는 샘물이라고 일컬어지는 마블 코믹스와 디시 코믹스. 반세기가 훌쩍 넘는 카툰의 집적된 역량이 최근 눈부시게 발전한 할리우드의 기술력과 결합되면서 스크린으로 히어로들이 대거 난입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1999년에 톰 크루즈가 잠시 실사 영화화를 고민했던 <아이언맨>은, 당시 CG기술력의 후달림으로 인해 엎어진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영화사를 직접 차린 마블에 의해 2008년 로다주와 함께 화려하게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이 모든게 모션 캡쳐 기술의 비약적 발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3월에는 마블 스튜디오의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져>가 극장가를 휩쓸었고, 4월에는 소니사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가, 5월에는 폭스사의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가 흥행을 이끌었다. 이들 모두 마블 코믹스를 원작으로 둔 영화들이다. 또한 각각의 영화사들에 의해 무비버스(영화적 세계관) 구축에 공들이고 있다는 것도 충무로가 감히 따라올 수 없는 공고한 흥행공식을 구축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마블은 이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상당부분 만들어왔다. 마블 스튜디오의 CEO인 케빈 파이기는 2028년까지의 시리즈 계획이 이미 세워져 있다니 놀랄 노자다. 앞으로 닥터 스트레인지, 앤트맨 등의 새로운 마블 히어로가 편입될 예정이고, 7월에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상영을 앞두고 있다.


 


소니사도 2012년에 리부트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를 프랜차이즈화 하고, 여기에 스핀오프 영화인 <베놈>, <시니스터 식스> 등을 덧붙여 그들 나름의 스파이더맨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건설하려는 야망을 드러내고 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는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기에 이 영화 또한 무비버스의 혜택을 입고 한국 극장가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었다.


 


폭스의 엑스맨 시리즈는 가장 역사가 오래된 히어로 영화이다. 2000년에 첫 시리즈가 시작된 후, 엑스맨2,엑스맨3,엑스맨:퍼스트클래스, 울버린 탄생, 더 울버린을 차곡차곡 스크린에 데뷔시키며 엑스맨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지난 14년 엑스맨 영화의 역량이 총 집중된 것이 이번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였음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올 상반기 개봉한 히어로물 영화 중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가 가장 많은 관객을 끌어 모았단 것은 이를 방증한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무비버스를 구축하진 않았지만, 일본의 소설 '올 유 니드 이스 킬(All you need is kill)'을 원작으로 탁월한 각색과 박진감 넘치는 액션으로 상반기 마지막 꼭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이는 할리우드가 자신과 다른 문화 토양에서 생산된 컨텐츠를 어떤 식으로 흡수하여 재창조해내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이다. 스토리라인의 창조적 재해석과, 그것을 뒷받침해주는 할리우드의 기술력이 만들어낸 쾌거였다.


 


반면 한국영화의 콘텐츠는 부실하다. 무비버스 구축은커녕 시리즈물을 만들기도 벅차다. 고작 나온다는 것은 조폭 코미디 영화의 프랜차이즈인 <가문의 영광> 시리즈 정도가 있다. 작년 겨울 <친구2>가 나왔지만 이제는 진부해진 조폭 의리 모티프에 관객들은 시선을 외면했다.


 


<신세계>의 성공에 너도나도 느와르 장르를 들고 나온 올 상반기 한국영화들이 모조리 할리우드 영화의 포화 속에서 격침된 것은 별다른 장르적 고민 없이 성공작들이 모티프와 공식을 복제하기 바빴기 때문이다.


 


무비버스 구축은 상당한 세월과 자본력을 요구하는 작업이다. 따라서 충무로에서는 그 작업이 구조적으로 힘들 수 있다. 그렇다면, 그러한 무비버스를 등에 업고 진격해오는 할리우드 영화에 대한 방비책은 영화 하나하나가 담고 있는 콘텐츠의 탁월성에 있어야 했다. 상반기 한국 영화는 여기에서 실패했기 때문에, 흥행에 완패했던 것이다.


 


4.    다양성 영화의 선전!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77만명을 넘기며 다양성 영화의 천만관객이라는 10만 관객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그 외에도 <한공주>, <그녀> , <신이 보낸 사람>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5.    각 배급사별 흥행 순위

 

1: 소니픽쳐스릴리징 월트디즈니스튜디오스 코리아㈜ - <겨울왕국>,<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져> 12편을 배급하며 총 관객 수 2,099만명, 매출액 1,685억원을 기록함. : 점유율 21.9%

2: CJ E&M - <수상한 그녀>,<표적>,<트랜스포머4> 18편을 배급하며 2,097만명 관객 동원

3: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 <논스톱>, <인간중독> 11편 공금

4: 롯데쇼핑㈜롯데엔터테인먼트 - <역린>,<피끓는 청춘> 20편 공급

5 :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 <엣지 오브 투모로우>,<300:제국의 부활> 6편 공급

 


6.    상반기 영화 관람객 순위


순위 

영화명(개봉일) 

관객수(만명) 

 1

겨울왕국(1월16일)

 1,028

 2

수상한그녀(1월22일) 

 863

 3

변호인(13년12월18일:이월영화) 

 569 

 4

엣지오브투모로우(6월4일) 

 439

 5

엑스맨 데오퓨(5월22일) 

 431

 6

어메이징스파이더맨2(4월23일) 

 417

 7

캡틴아메리카:윈터솔져(3월26일) 

 396

 8

역린(4월30일) 

 385

 9

끝까지간다(5월29일) 

 313

 10

표적(4월30일) 

 284

출처 : 영화진흥위원회

 


 

7.    한국영화, 하반기에는 살아날까?

 

전술했듯이, 충무로 영화가 무비버스를 구축한 할리우드의 공세에 맞서려면 영화 한편 한편이 지닌 콘텐츠 역량에 집중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7월에 나올 <명량> <군도>는 기대되는 한국 영화들이다. 이들이 하반기 첫 달인 7월에 승기를 잡음으로써 할리우드 영화에 마음을 빼앗긴 관객들의 관심을 돌릴 수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