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자 비정상회담은 매우 불편한 회차였다. 한국의 직장문화가 주된 안건이었다. 한국의 강제적인 회식문화, 퇴근시간 이후에도 눈치보며 퇴근을 미뤄야하는 야근문화 등 박봉에 시달리며 힘든 회사생활을 하고 있을 한국의 장삼이사들에게 웃음으로 큰 위로를 줄 수 있었던 주제였다. 하지만 이런 바람은 완벽히 빗나갔다.
MC들, 특히 성시경은 토론을 이끄는 중립적인 MC의 본분을 말끔하게 망각한 채 악폐습적인 한국 기업 문화를 옹호하기 바빴고, 벨기에 줄리안의 항변에 '직장생활 안해봐서 그렇다'는 식의 인신공격의 오류도 서슴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비정상회담의 페이스북 페이지 게시물에는 성시경의 꼰대질을 성토하는 댓글이 범람했다.
그럼 성시경이 이번 회차에서 어떤 말들을 했는지 돌아보자.
업무시간 외에 직장상사가 개인적인 심부름을 시키는 것에 대해, 프랑스 로빈은 반대한다. 자유와 사생활을 중시하는 프랑스의 문화를 반영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성시경은 이렇게 말한다.
성시경은 업무시간 외의 직장상사 심부름도 해야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회사일을 자기일처럼 생각하는 한국문화 덕에 빠른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에 덧붙여서, 근로자의 사생활을 존중하는 서구 문화는 여유로운 선진국이기에 가능한 배부른 소리라는 식의 발언을 한다.
이에 발끈한 줄리안.
↑ 그래도 자기 주장을 이어가는 성시경.
↓회식문화 토론에서도 성시경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권위적인 위트(?)를 발휘한다.
줄리안이 강제적인 회식문화는 싫지만, 비정상회담 프로그램의 회식은 자율적이라서 좋다고 했다. 참석 안하고 싶으면 안하고, 술 안마시고 싶으면 안마셔도 되는 그런 자유로운 분위기의 회식이 좋다는 말이었다. 그러자 성시경은 "내가 바빠서 제대로 관리를 못했네. 되게 불편하게 해줄 수 있는데" 라고 말했다.
웃자고 한 얘기지만 웃을수만은 없는 찝찝한 유머였다.
성시경이 꼰대스럽다는 것은 위 내용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럼 이 꼰대같은 주장들을 비판해보자. 그래야 속시원하지 않겠나?
1. "업무시간 외의 사생활을 존중하는 프랑스식 문화는 배부른 선진국의 문화일 뿐, 우리와는 안맞는다."
한국 1인당GDP는 2013년 기준으로 2만3천달러이다. 세계 1위 상품 품목은 작년 기준 6개(삼성전자가 스마트폰·평면TV·낸드형 플래시메모리·D램 등 4개 부문에서, 삼성SDI는 리튬이온전지, LG디스플레이는 LCD패널에서 각각 1위를 차지)이다.
사실 이정도면 선진국까진 아니더라도, 선진국 문턱에 들어서 있는 중진국이라고 할 만하다.
중진국이 선진국이 되려면 선진국의 방식을 배워야 한다. 노동자들의 저녁 있는 삶을 보장해주는 선진적인 노동문화, 기업문화는 한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 배워야 할 제도문화이다.
직장상사 눈치보느라 퇴근도 못하면서 비효율적인 야근에 찌들어 창조적인 자기계발의 시간은 없고, 강압적인 폭탄주 회식에 만신창이가 된 건강으로 도대체 무슨 창의적인 상품을 만들어 글로벌 마켓을 호령하겠다는 건가? 잘해봐야 우리는 산업화 마인드에서 못벗어난 정보화 시대의 카피캣이 될 뿐이다.
선진국이 되고 싶다면서 선진국의 문화, 제도를 배울 생각이 없는 중진국은, 영원히 중진국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2. "한국 성장의 원동력은 회사일을 내일처럼 생각하는 한국 직장인들의 마인드 덕분! 더 나아가 한국인들은 회사일이 단순히 자신의 일이 아닌 나라를 위한 노력이라고 생각! "
요즘 도대체 어떤 한국인이 회사일을 자기 일이라고 생각하며 헌신한단 말인가? 도대체 어떤 한국인이 회사일을 나라에 대한 애국이라고 생각하면 헌신한단 말인가? 다들 입에 풀칠하려고, 커리어 관리 하려고, 안 잘리려고 안간힘 쓰면서 아둥바둥 사는 게 우리네 청년들, 직장인들의 삶이다.
최근 잡코리아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의 10명 중 8명은 출근만 하면 무기력하고 우울해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죽지 못해 다니는 회사'가 요즘 대부분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직장의 모습이다. 1
성시경의 꼰대질은 한국 사회의 표면적인 사실관계도 제대로 확인해보지 못한 무지의 소치이다. 어디서 초등학교 바른생활 교과서에나 나올 얘기를 들고 나오는지..
3." 프리랜서인 줄리안은 직장생활 안해봐서 몰라~"
줄리안의 주장에 반박하려 그의 인적 배경(프리랜서)을 근거로 삼는 것은 논리적으로 인신공격의 오류이다.
이제 이런 인신공격의 오류를 성시경에게도 돌려주자.
성시경 당신은 월급받으면서 직장생활 제대로 해봤나? 당신이야말로 고소득 프리랜서 아닌가?
중소기업이든 대기업이든 직장생활 해보면서 직장인들의 애환을 한번이라도 느껴봤다면, "한국인들은 회사일을 내 일, 나라 일로 생각하고 헌신하니까, 강제적 회식문화와 업무시간 외 심부름도 마땅히 해야한다"는 헛소리는 못했을 것이다.
- http://health.joseilbo.com/html/news/?f=read&code=1329273077&seq=7633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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