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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시사 리뷰

싸이월드, 살아날 수 있을까?

1999년 학생벤처로 시작한 싸이월드는 2001년 미니홈피를 등장시키면서 한국 IT업계의 슈팅스타로 올라섰습니다.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3500만명의 국내 회원을 보유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페이스북의 원조모델이란 소리도 듣고 있지요. 마크 저커버그가 싸이월드를 따라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있을 정도입니다.

 

그러던중 2003년 SK커뮤니케이션과 합쳐지고 네이트와 서비스를 연동하면서 세를 불리기 시작했지요.

 

그 때 sk와의 인수 당시 상황은 벤처 정신을 갉아먹을 수 있는 씨앗을 품고 있었습니다.

 

서비스의 뼈대를 잡고, 향후 발전에 대한 청사진을 확립할 무렵 싸이월드는 70억원에 매각되었지요.

 

싸이월드 창업자인 형용준 대표는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초기 투자를 진행한 최대주주의 의지에 따라 매각이 진행됐지만 경영에서 밀린 초기 인사들은 그 사실 조차 알지 못했다"며 "당시 지분투자 등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90%에 달하는 지분을 투자자에게 넘기면서 경영권은 물론 매각과정에 대한 결정권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개발자들의 정신보다는 비즈니스맨의 정신이 지배적으로 첨가된 싸이월드 인수 사건은 어쩌면 파괴적 혁신을 금과옥조로 여겨야 하는 IT 업계에서의 몰락을 예견한 일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아니나 다를까 2000년대 후반부터 밀어닥친 글로벌 SNS 업체들 - 페이스북, 트위터 등- 에 밀려 시장을 잠식당하다가 지금은 빈사상태에 이르렀습니다.

 

최근엔 네이트온까지 PC 채팅 시장에서 카카오톡에게 1위 자리를 내주었지요.

 

아마 요즘 싸이월드에 로긴한다면 그건 예전에 만들어진 싸이클럽에 들어가기 위함일 경우가 대부분일 겁니다.

 

그마저도 밴드, 카카오그룹, 페이스북 클럽에 넘겨주고 있죠.

 

그런 싸이월드가 생존을 모색합니다.

 

올 1월 주식회사싸이월드는 SK컴즈에서 분사하고 4월8일 SK컴즈에서 영업양수도하여 서비스 독립을 꾀합니다. 싸이월드 로고, 이름, 서비스는 그대로인데 SK텔레콤이라는 그늘에서 나와 직원 30명 규모의 벤처로 새롭게 출발하는 것이죠.

 

 

 

사람들은 흔히 싸이월드가 모바일트렌드에 적응하지 못해 패배했다고 말합니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전 싸이월드가 싸이만의 독특한 가치를 희석시키고 종국엔 포기해버린 것에서 몰락의 원인을 찾고 싶습니다.

 

이는 단지 트렌드에 올라 탔느냐 타지 못했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자, 싸이월드가 해온 서비스들을 살펴봅시다.

 

미니홈피로 소위 대박을 친 싸이월드는 그후 싸이 블로그, 싸이 C로그 등으로 서비스를 확대해 나갑니다.

 

그런데 이러한 서비스는 싸이만의 차별성을 희석시키고, 더불어 이용자들이 미니홈피에 대한 집중력을 분산시켰지요.

 

블로그는 이미 다음, 네이버에서 튼실하게 제공되고 있었습니다. 싸이월드만의 독특함인 미니홈피를 놓아두고 딴 살림 차릴 이유가 없었다는 거지요.

 

물론 이글루스나 티스토리처럼 아예 전혀 다른 블로그 서비스를 선보인다면 모를까, 싸이월드라는 근친성 안에서 새로운 블로그 서비스를 론칭할 필요는 없었다는 겁니다.

 

또 이용자 입장에서는 미니홈피도 하고, 싸이블로그도 하고, 싸이C로그도 해야하다니! 이보다 더 귀찮은 일이 있겠나요?

 

그래서 그냥 하나만 하기로 결정한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싸이블로그를 하려는 사람들은 미니홈피를 관두었고요, 미니홈피에 남아있기로 한 사람은 블로그, 씨로그를 안했지요.

 

이는 카니발리제이션, 즉 한 기업의 신제품이 기존 주력제품의 시장을 잠식하는 현상을 일으키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기존 미니홈피에서 블로그나 씨로그로 갈아타려는 이용자들에게 싸이월드는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지요.

 

이용자들의 니즈는, 미니홈피의 사진, 그리고 자신이 가졌던 방문자 수(total 방문자 수)를 블로그나 씨로그에서도 연동시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욕구는 정당해요. 왜냐면 같은 싸이월드 자매 서비스 내에서 이뤄지는 것들이니까요.

 

그렇지만 네이트는 여기에 소극적이었습니다.

 

그렇게 헐거워지고 분산되고 희석된 싸이월드의 가치체계에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공격적으로 침투해들어옵니다.

 

여기에 대한 싸이월드의 대응은? 실망스럽기 그지 없었지요.

 

페북을 흉내내서 타임라인 비슷한 것(모아보기 기능)을 만들고, 더 나아가 관심일촌의 새소식이 뜨는 기능도 없애버렸습니다.

 

아니 도대체 왜요?

 

일촌 중에는 내가 싫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회생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촌 수락한 경우도 있었단 것이죠.

 

그런 사람들 소식은 보기 싫거든요.

 

그런데 그런 사람들 소식까지 다 보도록 해놓았어요. 싸이월드의 모아보기 기능 때문에요. 페이스북은 그룹 설정으로 뉴스피드에 뜨는 친구들 소식을 선별할 수 있는데, 싸이는 일촌을 끊지 않는 이상 그렇게 하질 못하는거에요. 이런 서비스를 누가 쓰고 싶겠어요?

 

 ↓모아보기 서비스

 

 

 

싸이월드의 역사를 살펴보면 그들의 패착은 이렇게 정리될 수 있습니다.

 

첫째, 미니홈피가 가진 차별성을 극대화시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둘째, 카니발리제이션을 일음키는 자매 신제품으로 미니홈피가 지닌 가치를 희석시켰다.

셋째, 미니홈피, 싸이블로그, C로그 사이의 상호연동에 대한 고객의 욕구를 외면했다.

넷째, 부랴부랴 페북이나 트위터를 쫓아가려 싸이월드 특성에도 맞지 않는 모아보기 같은 서비스를 추가하였다.

 

대략 이러한 원인으로 인해 싸이월드는 소비자들에게서 잊혀진 겁니다.

자기 고유 가치를 포기하고 엉뚱한 곳에 집적대다가 이렇게 된거라구요.

트렌드는 그 다음 이야기에요.

 

싸이월드, 다시 비상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