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간폭스가 돌아왔다. 그것도 마이클 베이와 함께. 2009년 <트랜스포머3> 제작을 앞두고 일어났던 폭스와 베이의 불화는 2013년 폭스가 백기 투항을 하면서 일단락 되었다. 마이클 베이가 실제로 세트장에서 권위적으로 굴었는지, 메간 폭스가 촬영장에서 스텝들을 무례하고 불친절하게 대했는지에 대해 실체적 진실을 확인할 길은 없다. 서로의 주장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대략 교통정리는 갑을관계 특유의 비대칭적 권력관계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수렴된 듯하다. 어쨌거나 관객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그간 필모그래피의 부진을 씻으려 메간폭스가 SF 블록버스터 영화로 화려하게 복귀했다는 점이다.
이번 영화 <닌자터틀>에서 마이클베이는 감독이 아닌 제작자로 참여했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닌자터틀>은 조나단 리브즈만 감독의 헐거운 플롯 구성력과 마이클 베이의 화려한 액션 연출력이 결합한 평균적인 오락영화였다. 영화가 지닌 짜릿한 오락성과 그것이 선사하는 영화적 즐거움은 오롯이 마이클 베이에게 돌아가야 할 것이다. 조나단 리브즈만이 자신의 전작 <타이탄의 분노>에서 만큼의 개연성 있는 연출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깊은 아쉬움이 남는다.
오래간만에 대형 할리우드 프로젝트에 여주인공으로 참여하게 된 메간폭스는 <트랜스포머> 시리즈에서 보여주었던 날렵한 섹시함 보단 약간 둔중해진 느낌을 준다. 아마 에이프릴 오닐(메간폭스 분)이 시종일관 둔탁해보이는 노란색 가죽 점퍼를 입고 돌아다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작품의 하향평준화를 초래한 영화 속 내적 논리의 헐거움을 먼저 되짚어보자. 주인공 에이프릴 오닐의 아버지는 에릭 삭스(윌리엄 피츠너 분)의 음모를 막으려 스스로 연구소에 불을 지르고 죽는다. 자기가 일으킨 계획적인 방화인데 자신이 그 방화에 죽는다는 것은 사뭇 이해하기 힘들다. 영웅의 아버지가 동료의 사악한 계획을 막으려 연구자료를 폐기 또는 빼돌리는 설정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와 비슷하다. 설정을 카피하는 데 급급하다가 개연성에 구멍이 생겨버린 케이스로 보인다.
이 뿐만이 아니다. 슈레더는 닌자거북이의 스승의 숨통을 끊지 않고 돌아간다. 영화 상 슈레더의 캐릭터가 치밀하고 잔인무도하다는 점을 볼 때, 이러한 행동은 캐릭터의 일관성을 해친다. 또 라파엘의 시신도 확인하지 않고 라파엘이 죽었다고 쉽게 단정한 후 닌자거북이들의 은신처를 빠져나오는 것이나, 닌자거북이의 은신처를 폭파시켰는데 그 안에 숨어있던 에이프릴 오닐과 각종 컴퓨터 장비는 멀쩡한 것도 극에의 몰입감을 방해하는 플롯의 약한고리들이다. 아무리 오락영화라지만 관객이 납득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개연성과 논리적 인과관계는 신경써주는 것이 메가폰을 잡은자의 관객에 대한 예의일 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북이 등껍질마냥 두텁고 치밀한 액션신들은 수없이 날아들 혹평의 총알들을 방탄하기에 충분하다. 특히 근접 격투 액션은 꽤 볼만하다. 올 3월에 개봉했던 <캡틴아메리카 윈터솔져>도 나름 절도있고 스피디한 근접 격투 액션을 선보였는데, <닌자터틀>은 좀 더 경쾌한 분위기 속에서 훨씬 다량의 격투신을 쉴새없이 선보인다. 총싸움 등의 원거리 액션에 식상해진 영화팬들에게는 신경이 곤두서는 액션 쾌감을 느낄 기회가 될 것이다.
또한 패스트모션과 슬로우모션이 적절하게 뒤섞이며 액션의 강약을 성공적으로 조절한다. 관객의 이해가 필요한 복잡한 액션신은 슬로우모션을 통해 친절하게 설명하고, 단순한 모션들은 빠르게 처리해 지루함을 최소화하면서 박진감을 끌어올린다. 마이클 베이 특유의 좀 과장된 액션신들도 보이지만 – 마이클베이의 전작 <아일랜드>에서도 지적된 문제인데, 이를테면 자동차가 뒤집어지거나 고층빌딩에서 떨어져도 여주인공이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하다는 것 - 크게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닌자터틀>은 메간폭스의 관능미에 매료될 준비를 하고 온 팬들에게는 좀 실망스러운 영화일 수 있다. 개중에는 영화 속 인과관계의 느슨함에 김이 샐 관객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션캡쳐로 완성된 닌자거북이들의 활극은 이 모든 단점을 상쇄할 정도의 충분한 장점으로 기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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