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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청년의 애환을 달랜 11회 비정상회담!

9월 15일자 비정상회담은 예전 8월11일자 비정상회담의 직장발언 파문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당시 프로에서 성시경과 패널들이 한국 직장의 적폐를 옹호하는듯한 뉘앙스의 발언을 하면서 뭇직장인의 역린을 건드린 바 있다. SNS상에서 성시경의 발언을 성토하는 그들이 봇물을 이루었다. 이러한 시청자들의 원성이 제작진의 제작 방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듯 하다. 


11회(9월 15일) 비정상회담에서는 청년들의 취업난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해 다루었다. 상당히 민감할 수 있는 주제였다. 그러나 각국 청년들의 진솔한 의견, 입장을 들어볼 수 있어서 매우 뜻깊은 자리였다. 예전처럼 전유성(전현무,유세윤,성시경) 의장단이 과도한 의견피력을 하지도 않았고, 최대한 패널들의 의견이 만개할 수 있게끔 배려한 게 주요했다.


특히 취업난이라는 사회구조적 모순, 그리고 이 모순이 배태시키는 2차적 모순(취업성형, 과도한 스펙 경쟁 등)에 대해, 타국 청년들의 따뜻하면서도 비판적인 시각은 시청자들에게 감동과 위안을 주기 충분했다. 요컨대 이번 11회 비정상회담은 사회에서 이리저리 치이는 청년들의 애환을 달래기 충분한 회차였다. 


그럼 이번 비정상회담에서 청년들의 공감을 일으켰던 명장면들을 추려보자.


1. "취업 스펙을 과도하게 쌓는 것은 취준생 잘못이 아니라 기업 잘못"


알베르토는 취업 스펙 쌓기에 올인하는 것이 비정상적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러한 문제의 가장 근원적인 원인은 그러한 스펙을 요구하는 기업에 있다고 일갈했다. 

갑을관계에서 을의 위치인 취준생에게 '비정상'이라는 딱지를 붙이기 보다, 큰 권한을 가지고 을의 스펙 쌓기를 규정하는 기업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돋보였다. 

흔히 사회구조적 모순의 원인을 개인의 결단 부족, 의지 부족으로 돌리는 저렴한 실존주의적 해석에 빠지지 않은 알베르토의 발언은 특기할 만하다.





2. "요구하는 게 너무 많다. 심지어 오디션 프로그램도 미국은 노래만 보는데 한국은 외모, 스토리 등 많은 것을 따진다."


게스트로 나온 존박의 차분한 의견 제시도 보기 좋았다. 한국 기업이 취준생들에게 지나치게 다양한 스펙을 요구한다는 비판적 맥락에서, 존박은 자신이 겪은 오디션 프로의 한미간 차이를 예리하게 지적했다. 

존박은 미국 오디션 프로인 아메리칸 아이돌과 한국 오디션 프로인 슈퍼스타K에 모두 출연한 경험이 있다. 존박이 말하길, 미국 오디션은 외모가 어떻든 스토리가 있든 없든, 오로지 노래 실력 하나만을 본다고 한다. 반면 한국 오디션프로는 오디션 응시자에게 멀티플레이어가 될 것을 요구한다고 한다. 노래 뿐 아니라, 외모, 스토리, 시장성 등을 따져서 응시자들을 고른단다. 

미국 오디션프로든, 한국 오디션프로이든, 결국 다 시장을 겨냥한 엔터테인먼트 상품이다. 그런데 같은 상품이라도 이렇게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일 테다.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인재를 고용하는 것은 한미 공통일 것이나, 인재를 뽑는 기준은 상이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한미간 고용관행의 차이는 단순히 문화적 다양성으로 치부하고 넘어가기엔, 한국의 고용관행이 취준생들에게 초래하는 고통이 상당하다. 문화상대주의라는 편리한 방패막이에 숨지말고, 우리에게 가장 좋은 문화와 관행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데 존박의 발언은 신선한 자극으로서 기능했다. 비정상회담의 명장면으로 꼽히기 부족함이 없다.  







비정상회담 스크린샷




3."입사지원서에 사진을 붙이는 것은 외모 차별의 소지 있어"


한국에서 입사지원서를 온라인으로 제출하면 항상 명함사진을 첨부파일로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 우리의 오랜 관행이다. 그런데 여기에 대해 미국의 타일러가 비판적 관점을 제시했다. 미국에서는 입사지원서의 사진을 붙이는 게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 벨기에도 마찬가지라고 줄리안이 거들었다. 

비록 최종면점에서는 얼굴을 보게 되지만, 서류전형에서부터 외모와 인종으로로 인한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는 것이다. 

입사지원서에 사진을 넣는 것에도 순기능은 있다. 입사지원을 하는 사람이 본인인지를 확인하는 편리한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순기능보다, 입사지원서에 사진을 넣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역기능이 더 많다면, 이러한 제도는 재고되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입사지원서에 부모학력, 동거여부, 종교 등 사적인 인적배경을 기록하도록 하는 것은 직무 외의 요소들로서 부당한 차별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 한국에서도 많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2003년국가인권위원회가 이러한 인적사항을 입사지원서에 넣지 말도록 권고했지만 소귀에 경읽기였다. 

불편한 진실이지만 덮어놓고 넘어갔던 우리네 삶의 일각을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다는 면에서 타일러의 문제제기는 매우 적절했다.  


















4. "취업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


알베르토의 연륜이 빛났다. 알차장으로 불리며 한국 직장생활 고참에 속하는 알베르토는 취업 때문에 성형까지 하는 것에 대해 조심스럽게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성형 자체는 개인의 자유이기 때문에 해도 되지만, 성형의 이유가 취업인 것은 진지하게 재고되어야 한다는 게 알베르토의 주장이었다.

그 이유는, 취업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취업은 인생의 일부일 뿐, 삶 전체가 될 수 없는데, 그 일부를 위해 성형을 꼭 해야하느냐는 것이다. 

사실 한국인이 취업을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하게 되는 병리적 현상 이면에는, 가정생활 등의 사생활을 억압하는 잘못된 직장문화가 자리하고 있다. 직장생활을 위해 그 외 모든 삶의 요소를 희생하길 강요하는 탈법적 문화로 인해 어느새 우리는 취업을 인생의 지상목표로 생각하는 병폐에 익숙해진 것일지도 모른다. 










알베르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