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14년 이전 에세이

[2011년]푸코의 주체

푸코는 주체가 어떻게 구조 속에서 만들어지는 지를 방대한 역사적 사료에 기반해 논증한다. 근대의 이성은 어떤 기준에 의해 정상과 비정상을 가른다. 그런데 시대마다 분류 기준은 일정하지않다. 게다가 그 기준은 합리적이지도 않다. 각 시대의 특유한 사고는 에피스테메라고 불리는 비일관되고 무의식적인 인식틀에 의해 규정된다. 이러한 무의식적 인식의 기초, 구조에 의해 한 시대는 정상과 비정상, 동일성과 비동일성, 명확과 불명확을 경계짓고 경계 바깥의 것들을 배제한다.

 

이러한 경계짓기는 무의식적 구조와 함께, 지식권력, 생체권력을 수반한다. 즉 무의식의 인식 틀로 설정된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현실적으로 유지시켜주는 데 권력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지식은 비정상인을 정상의 바깥으로 예외시키는 권력의 작동을 정당화시켜준다. 동시에 지식은 자신의 정당성을 유지하기 위해 권력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지식과 권력은 상호적으로 강화하는 복합체를 이룬다. 이것이 지식 권력이다.

 

지식권력이 분류해낸 정상과 비정상을 각각의 영역에서 규정하고 강제하는 물적 장치들이 필요한데 이 장치들을 타고 생체권력이 작동한다. 감옥과 정신병원은 수리적 합리성으로 분절되고 세분화된 계획에 의해 비정상인을 법적 주체, 책임 있는 주체로 훈육한다. 또한 학교와 군대는 정상인의 신체에 권력의 흔적을 새겨 넣음으로써 근대적 주체로 기립시킨다.

 

결국 근대의 주체는 에피스테메라는 집단 무의식적 구조를 현실화시키는 지식권력과 생체권력의 작용에 의해 만들어진, 구조의 산물이다. 정상인이든 비정상인이든 각 주체의 형성 과정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토대 위에 있다. 구조의 산물로서의 주체는 자유를 행사하는 고정적 실체를 결여한 비자유적이고 외부의 조작에 의해 변화할 수 있는 가변적 주체이다. 여기서도 근대적 주체는 좌절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