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래떡과 옷 팔아 2000만원 모으기
지승룡 대표(이하 지승룡)는 80여명의 지인을 만나며 돈을 빌리려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스스로 장사를 해 사업자금을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강남 고급 아파트 정문 앞에서 말끔하게 양복을 차려입고 가래떡 좌판을 차렸습니다. 세련된 복장과 깔끔한 예의바름으로 가래떡을 파는 남자에게 강남 아주머니들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예의 잡상인을 쫓아내던 경비원도 양복입은 떡장수에게는 관대했습니다. 가래떡 장사가 잘되는 날은 하루 20만원이 넘게 수익을 올렸습니다.
강남 주부들이 가지고 있는 가래떡에 대한 향수, 그리고 범상치 않은 가래떡장수의 양복으로부터 풍겨오는 신뢰, 지승룡은 이 두가지를 공략했던 것이지요.
가래떡장사로 모은 돈으로 이번엔 옷장사를 했습니다. 판매가 부진한 의류회사의 재고품을 정가의 25%로 사서 정가의 50%로 되팔아 큰 이윤을 남겼죠. 팔리지 않는 물건은 반품하는 조건으로 의류회사로부터 재고품을 공급받았다고 합니다. 판매가 부진한 의류회사의 니즈, 즉 재고를 소진해야 하는 처지를 고려한 쇼부였죠. 이렇게 떡 장사에서 옷 장사까지 6개월, 지승룡의 손에는 2000만원이 모입니다.
고작 2000만원으로 무슨 건물을 구할까
신촌 주변에서 카페를 열기로 한 지승룡은 임대할 건물을 알아보러 다녔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90년대 초라지만 신촌 상권에서 2000만원으로 번듯한 카페 건물을 얻는다는 것은 무리였죠. 당시에도 최소 1억은 있어야 했습니다.
무허가 건물 임대
부동산 중개소에서 2000만원 갖고는 어림없다는 말을 듣고도 지승룡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직접 임대 간판을 내걸은 후미진 건물들을 찾아다녔습니다. 발이 부르트도록 신촌일대를 뒤지며 유동인구와 상권을 분석했습니다. 그렇게 3개월을 누비던 어느날, 연세대 쪽 골목 안 기찻길 옆의 허름한 양장점이 지승룡의 눈에 띄었습니다. 양장점은 위치가 후미진 곳이라 손님이 별로 없었고, 주인 여자는 임신 중이었습니다.
장사는 잘 안되고, 주인은 출산을 앞두고 있던 상황. 지승룡은 양장점이 계속 장사를 하기보다는 임대를 주고 임대수익을 얻는 것이 양장점 주인에게 더 나으리라는 판단을 했습니다. 그래서 자신에게 임대를 주라고 제안을 하고 꾸준히 설득을 했습니다. 수 번을 찾아가 설득하자, 처음에는 완강히 거부하던 주인도 차차 생각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협상이 시작되고, 임대보증금과 권리금을 합해 7,000만원으로 합의했습니다. 2,000만원밖에 없던 지승룡은 나머지 금액을 월세로 돌릴 작정이었죠.
문서로 계약을 하기 전에 지승룡은 건축대장을 떼어보았습니다.(이것도 지승룡이 책에서 읽은 내용을 실천한 것이랍니다.)가게를 하려면 영업허가가 필요한데, 허가를 위해선 건축물관리대장에 등재가 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게 웬걸! 그 양장점은 건축물관리대장에 등재되어 있지 않았던 무허가 건물이었던 것입니다. 무허가건물에선 음식물을 팔 수 없었습니다. 그 사실을 안 지승룡은 계약을 파기했을까요? 아닙니다. 그는 외려 이 상황을 영악하게 이용하기로 결정합니다.
무허가 건물이니 보증금과 월세, 권리금을 싸게 깎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습니다. 게다가 무허가 건물은 국가에서 철거를 해도 법적인 보호를 받기가 어렵다는 점을 이용, 양장점 주인 여자에게 앞으로 이 지역이 철거가 될 수도 있다고 겁을 주었습니다. 상대의 약점을 찾아내고 집요하게 파고 드는 마키아벨리적인 협상 자세를 통해 지승룡은, 그 양장점을 보증금 1,500만원과 월세 70만원이라는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임대하게 되었습니다.
혹자는 성직자 출신 치고는 꽤나 냉정한 처사가 아니냐고 일갈할지 모르겠습니다. 글쎄요. 저는 이 협상 건의 윤리적 측면을 들춰내 논쟁을 하기보다는 냉혹한 현실 비즈니스 생태계에 알맞은 적자가 되어 생존한 지승룡의 비즈니스 지성에 높은 점수를 주고자 합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민들레 영토가 카페 비즈니스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구체적 항목으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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